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난히 당기는 음식이 있죠? 후끈 달궈진 철판위에 반죽을 올릴 때 나는 치~익 소리, 기름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파동이 비슷해서 그렇다느니, 비 오는 날 하늘이 어두침침한 탓에 축 처지고 왠지 우울해져서 기분 전환을 위해 고지방 음식을 찾기 때문이라느니 이런 저런 설도 많은데요. 사실 날씨를 탓하는 건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비겁한 변명 아닐까요? ^^ 출출한 퇴근길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낮게 깔려 유혹하는데 어떻게 지나치겠어요? 그냥 먹어도 맛있고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막걸리와 먹으면 더욱 맛있고 비 오는 날 먹으면 유난히 맛있는 음식. 2015년 11월 27일 SBS에서 방영한 백종원의 3대천왕 13회 주제는 바로 이었죠. 전국 어디를 가나 재래시장에는 몇 집씩은 꼭 있는 전집, 직장인들이 술 한잔 걸치는 동네라면 빠지지 않고 있는 전집. 막걸리 파는 집이라면 빠지지 않고 파는 음식, 전. 그러니 전국에 얼마나 많은 전집이 있겠어요? 방송에서는 많고 많은 전집 가운데 딱 여섯 집을 뽑아서 소개했는데요,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올라온 집들인 만큼 기대가 크죠? 방송에 출연한 순서에 따라 경기도 광명과 강원도 평창의 전 맛집을 각각 살펴봤는데요,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어디였는지 볼까요?

    평창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같은 강원도에 있는 원주였어요. 원주 평원동 원주천 강변에 위치한 원주 풍물시장의 명물이라는데요, 영월식당이 바로 그 집이었죠.

    원래는 두부를 만들어 팔면서 장사를 시작한 집이래요. 그래서 메뉴판에 부전골 등 각종 두부 요리가 많은 가운데 녹두빈대떡이 있었죠. 그런데 녹두빈대떡을 시키면 주문한 빈대떡이 안 나오고 저렇게 와요. 모르고 가면 많이 당황스럽겠죠?

    이 집은 녹두빈대떡을 손님이 알아서 직접 부쳐 먹는 집이래요. 그래서 녹두빈대떡을 주문하면 이렇게 직접 부쳐먹을 수 있게 재료와 도구들을 가져다 주죠. 전을 부쳐야 하니 프라이팬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전 뒤집개가 보이고요. 플라스틱 양념병에 든 건 들기름이래요. 프라이팬 위에 놓인 작은 접시에 있는 것은 돼지비계고요.

    그리고 반죽이 있어야겠죠? 녹두랑 믹서기, 각종 야채와 고기를 갖다 주지 않고 저렇게 반죽을 가져다 주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죠? 완성된 반죽을 부치기만 알아서 부치면 되니까 반제품 셀프 조리 정도 되겠네요. 마치 다 재단된 목재들을 이케아에서 사다가 집에서 조립만 하는 것처럼요. 

    작은 접시에 놓여 있는 돼지비계의 용도가 바로 이것이었군요. 역시 녹두빈대떡은 돼지 기름에 구워야 제맛이죠. 후라이팬에 돼지비계를 두세 덩이 올리고 들기름을 적당량 부어 주세요. 

    그러면 지글지글 끓으면서 돼지비계에서 기름이 배어나와요. 돼지 기름 + 들기름. 이 두 기름이 하나가 되어 빈대떡을 부치기에 최상인 기름으로 거듭나지요.

    역시 빈대떡은 두꺼워야 맛있죠?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두툼한 빈대떡.

    빈대떡 겉이 바삭하려면 뜨거운 기름에 튀기듯이 익혀야 되는데요, 이러면 빈대떡이 두꺼울 경우에는 속은 익지 않는다는 게 문제예요. 그래서 일단 센 불로 튀기듯이 익혀서 겉을 바삭하게 만든 다음에 불을 줄여서 약한 불에서 속까지 천천히 익혀 주세요.

    이것 저것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게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겠죠? 백설명님의 DIY 팁을 좀 볼까요?

    원래 두부 장사로 시작했던 집이라니 가게에서 직접 만든 두부 맛을 안 보고 갈 수 없겠죠? 따끈한 두부를 그냥 김치에 싸 먹어도 맛있지만, 빈대떡을 부치는 김에 두부전도 부쳐 볼까요? 그런데 두부를 돼지비계 위에 올려 놓고 굽는다고요? 두부의 담백함과 돼지비계에서 나오는 기름의 고소함이 잘 어우러져서 맛있겠네요.

    삼겹살 기름에 김치를 구우면 맛있잖아요. 돼지비계에서 나오는 기름에 김치를 구워도 당연히 맛있겠죠? 이렇게 구운 김치로 두부를 싸서 먹겠죠?

    고기성애자답게 일반인은 예상치도 못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돼지비계를 김치에 싸서 먹으면 쫄깃쫄깃 탱글탱글한 비계 맛과 김치의 맛이 어우러져서 맛있대요.

    이번에는 미니빈대떡을 부치고 있는데요. 그런데 돼지비계를 가위로 잘게 썰어서 구워지고 있는 빈대떡 반죽 위에 올리네요.

    이 부분이 바로 아까 비계가 올라갔던 그쪽 면인데요, 역시 노릇노릇하면서 기름이 좔좔 흘러서 더 맛있어 보이네요. 직접 부쳐서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집이었는데요 가격은 어떨까요?

    녹두빈대떡이 12,000원, 두부구이가 8,000원이네요. 빈대떡 같은 경우 직접 부쳐서 먹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반죽 양이 충분해서 여러 장 부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     호 : 영월식당

    주 메 뉴 : 녹두빈대떡 12,000원 / 두부구이 8,000원

    영업시간: 09:30 ~ 23:00

    주     소 : 강원도 원주시 감영길 77 

    주     차 : 공영주차장에서 도보 1분.  

     

    대중교통: 원주역 또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51번 승차, KBS방송국 하차, 도보 5분.

    전     화 : 033-746-7011

     

    Posted by 치유기